2019년부터 암에 걸린 일부 환자들이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항암효과를 봤다는 주장이 많아지면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식약처는 복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페벤다졸 뿐만 아니라 사람이 복용하는 구충제 알벤다졸, 메벤다졸도 항암치료뿐만 아니라 비염, 당뇨, 대장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영상과 글이 쏟아져 나온다.
일부 사람들은 의사들이 이익을 위해 불안감을 조성하고 구충제 복용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실제 펜벤다졸과 알벤다졸은 어떤 효과와 부작용을 우려할 수 있을까?
시작

2019년 9월 유튜브에 조 티펜스라는 남자의 영상이 올라온다.
그는 2016년 소세포암 말기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으며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었는데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의 제안으로 동물 구충제 펜벤다졸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개월 뒤 임상시험 중인 신약 K(키트루다. 펨브롤리주맙)를 복용 하던 1,100명 가운데 자신만 암세포가 모두 사라지게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이야기한다.
이후 펜벤다졸의 재고량이 바닥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가격이 엄청나게 상승했고 많은 사람들이 개인 SNS나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후기를 적고 있다.
이에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개그맨 김철민은 SNS를 통해 현재 펜벤다졸을 복용한지 4주가 되었는데 통증이 줄어들고 혈액검사도 정상이라는 글을 올렸다.
다만 유튜버 안핑거라는 분은 페벤다졸을 복용하며 자가치유 일기를 쓰다가 뇌경색으로 인한 호흡곤란, 폐 손상으로 사망했는데 유족은 페벤다졸 복용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흐름에 응답하듯 수많은 사람들이 항암치료와 당뇨병, 비염 등에 효과가 있다며 알벤다졸과 펜벤다졸의 복용방법, 효능을 말하면서 권장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가득하다.
조 티펜스, 김철민 두 사람의 공통점은 다른 항암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펜벤다졸을 복용했다는 점인데 실제 동물 구충제를 먹고 효과를 본 것일까?
오해
펜벨다졸은 강력한 세포증식 억제 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퍼지는 암세포의 분열을 억제하는 것이 가능한데 이런 특성은 펜벨다졸 고유의 기능이 아니다.
펜벨다졸에 들어있는 성분 벤지미다졸의 특성 때문인데 벤지미다졸은 미세관의 알파 튜뷸린의 발현을 억제하기 때문에 정상 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 복용하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펜벤다졸 복용법을 보면 3개월은 꾸준히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벤지미다졸을 과량으로 투약하는 경우 정상 세포를 죽이거나 변이를 일으키며 잠재적으로 기형 가능성과 암을 유발하기 때문에 임산부, 수유부, 2세 미만의 아동에게는 사용을 금지한다.
심지어 펜벤다졸의 주 성분인 파나쿠어는 인간을 위해 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성이나 부작용에 대한 자료가 없으며 인간이 먹어도 된다는 허가도 없는 실정이다.
벤지미다졸은 세포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bendamustine 등 다양한 약재들이 국내에서 항암제로 판매되고 있다.
우리가 알아야 할 부분은 벤지미다졸의 세포 억제는 암세포에만 적용되지 않고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은 덜할 수 있지만 그만큼 효과도 미비하다는 점이다.
부작용
현대 의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분들은 대부분 기존의 치료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없거나 시한부 판정을 받은 분들은 자신의 몸으로 펜벤다졸의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펜벤다졸은 동물을 대상으로 만든 약이기 때문에 제외하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람 구충제 알벤다졸의 부작용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알벤다졸은 편모충, 낭미충, 포충, 요충, 회충증 등에 효과가 있는 항기생충 약으로 일반적인 부작용은 메스꺼운 증상이나 복통, 두통과 같은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서 위험한 내용은 간염과 골수 억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항암치료를 받던 사람이 간에 염증이 생기거나 골수가 억제되면 몸이 버티지 못하고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치료를 받을 수 없지만 그 시간에도 암은 계속해서 증식하게 된다.
이런 부작용을 무시하고 계속 알벤다졸을 복용하다가 효과를 보지 못했을 때 결과적으로 건강은 더욱 악화되고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됐을지도 모른다.
해외 연구 자료에 따르면 함께 병행하면 효과가 좋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혹시나 알벤다졸을 복용하는 분들은 주기적으로 간수치, 골수 기능 검사를 받도록 하자.
문제
암이 보장되는 보험에 가입한 분들은 그나마 금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자가 치료를 한다고 구충제를 복용하면서 병이 악화되면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충분히 치료를 통해서 개선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복용하면서 상태가 악화된 경우 본인의 실수가 아닌 자해로 간주되기 때문에 보험처리가 안될 수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런 문제는 암 환자를 대상으로 돈을 벌기 위한 기업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이다. 유사한 원리로 항암효과를 보이는 약물은 있지만 가격이 비싸서 부담이 된다.
돈이 없어서 치료를 포기하는 암 환자들도 상당히 많다.
보약도 체질에 맞지 않는 사람은 독이 되는 것처럼 알벤다졸, 펜벤다졸이 실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독으로 작용하는 사람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더 무서운 사실은 알벤다졸과 펜벤다졸을 만병통치약처럼 소개하고 게시판이나 댓글마다 도배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인데 한번 쯤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
알벤다졸, 펜벤다졸 연관 검색어로 관련 주식이 뜨는데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오르길 바라거나 약을 판매하기 위해 사재기 한 사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펜벤다졸, 알벤다졸의 효과가 없다고 판명 나면 수많은 사람들을 절망에 빠트릴지도 모른다.
사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항암 치료가 한 가정을 얼마나 망가트리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선택의 방법이 없지만
완치가 가능한 분들은 유혹을 참으셨으면 좋겠다.